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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전략의 실효성과 한계

by four클로 2025. 4. 23.

21세기의 석유로 불리는 희토류는 전기차, 반도체, 풍력터빈, 스마트폰, 군사용 레이더에 이르기까지 전략 산업의 심장부를 구성하는 필수 자원이다. 세계 희토류 공급의 약 60~70%를 담당하는 중국은, 자원 지배력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급망과 지정학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대적인 관세를 부과하고 화웨이 등 전략기업을 제재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단순한 산업 보복을 넘어, 자원을 외교적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이 카드가 어디까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아래에서는 희토류 무기화 전략의 실효성, 전략적 전개 방식, 구조적 한계를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21세기의 석유를 쥔 중국, 희토류 시장의 절대 강자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지구상에 널리 분포돼 있지만, 경제적으로 채굴·정제 가능한 수준으로 상용화되어 있는 국가는 극히 드물다. 희토류는 17개 원소군으로 구성되며, 특히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 등은 자석, 반도체, 방산 전자장비 등에 필수적이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정부 주도의 산업 집중화 정책을 통해 이 자원의 전 세계 채굴·정제·수출의 70% 이상을 장악했다. 특히 광물의 정제·분리·환경관리 기술에서 타국을 크게 앞섰고, 저가 공급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이러한 산업적 독점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희토류를 무역 협상 및 외교 전략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0년 중일 센카쿠 열도 갈등 당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다. 당시 일본의 첨단 산업은 공급 부족에 큰 타격을 받았고, 이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 가능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통제보다 협상용 카드에 가까운 현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이나 서방국가에 대규모로 통제하거나 차단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는 자원 무기화가 단기적 외교 지렛대로는 활용될 수 있으나, 장기 전략으로서의 위험도 크다는 사실을 중국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화가 쉽지 않은 주요 이유들


수출 차단은 자충수: 희토류는 중국 기업에게도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자 고용 기반이다. 수출 중단은 자국 기업의 수익성과 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음.

 

글로벌 대체 공급망 가속: 희토류 통제는 서방의 탈중국화 전략을 자극한다. 이미 미국·호주·EU는 공동으로 희토류 채굴 및 가공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예: 미국 MP Materials, 호주 Lynas, 캐나다 Vital Metals 등.

 

WTO 규범 위반 우려: 자원 수출 통제는 WTO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크며, 국제사회의 규범 기반에서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 국면에서 중국은 희토류는 협상 테이블에 올려져 있지만, 즉각적인 제재 수단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무기화는 선택지가 아니라 카드 중 하나로 제한적으로만 쓰일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전략적 약점과 기술 격차 

중국이 희토류의 채굴 및 정제에선 세계를 압도하고 있지만, 희토류를 실제로 활용한 첨단 부품·장비의 제조 역량은 여전히 서방에 뒤처져 있는 측면이 있다. 특히 소재-부품-완제품에 이르는 전방 가치사슬에서, 중국은 공급자이자 의존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생산한 네오디뮴 자석이 없으면 미국의 F-35 전투기나 테슬라의 전기모터가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중국은 고급 의료기기나 항공전자부품에서 미국산 부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희토류 무기화는 장기적으로 상호의존 구조의 붕괴를 촉진할 수 있고, 이는 중국 스스로에게도 기술 고립과 고부가가치 산업 진입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 내부에서도 환경 문제와의 충돌, 불법 채굴, 자원 고갈 등의 이슈가 불거지고 있어, 지속가능한 희토류 산업의 관리체계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전략은 분명히 지정학적 무게감 있는 카드다. 그러나 그것이 만능의 협상수단이자 압박 도구는 아니다. 희토류를 차단하면 타국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그 여파는 중국에게도 즉각적으로 돌아온다.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은 점점 더 분산화와 다극화로 이동하고 있고, 희토류도 희소하지만 대체 가능한 자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결국 중국이 자원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단순한 무기화가 아니라 첨단소재 개발, 가치사슬 통제, 외교적 신뢰 유지를 포괄하는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희토류는 협상 테이블 위의 칼이지만,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는 점을 중국 스스로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