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 산업의 거인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이 세 기업은 단순한 인터넷 기업을 넘어, 이제는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전장에서 치열한 삼국지를 펼치고 있다. 이들의 전략과 방향성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뿐 아니라 세계 AI 시장의 흐름까지도 엿볼 수 있다. 오늘은 각 기업의 AI 전쟁 전략을 들여다보자.
바이두, AI의 뿌리를 파고드는 기술 집착형 전략
바이두는 중국판 구글로 불릴 만큼 검색 엔진에 강점을 보이던 기업이지만, 이제는 AI 기술 개발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영역까지 깊숙이 들어간 기업이다. 2013년부터 딥러닝 연구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바이두는 AI 분야에서는 중국 내 선두 주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자체 AI 프레임워크인 패들패들(PaddlePaddle)의 존재다. 이는 구글의 텐서플로우, 페이스북의 파이토치에 대응하는 오픈소스 딥러닝 플랫폼으로, 바이두는 이를 통해 AI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인 아폴로 프로젝트도 AI 기반의 대표적 사례다.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아 베이징 등지에서 실제 자율주행 택시 시범 운영을 진행하며 기술력을 실증하고 있다. 바이두는 AI를 단순한 제품의 기능 향상을 넘어 인프라로 접근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두 기업과의 차별점이다.
알리바바, AI를 상업화하는 슈퍼 앱 전략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 티몰부터 시작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알리윈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데이터와 고객 접점을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AI 전략은 이 광대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상업화 중심 AI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AI 활용 사례는 전자상거래에서의 추천 시스템이다. 알리바바는 머신러닝 기반으로 고객의 구매 패턴, 검색 이력 등을 분석해 맞춤형 광고와 상품을 추천하고, 이 과정에서 AI는 매출을 극대화하는 핵심 도구로 작동한다.
또한 알리바바는 AI 음성 비서 티몰 지니와 같은 스마트 홈 디바이스, 물류 자동화, 금융 AI 등에도 광범위하게 AI를 접목시키고 있다. 2020년 이후에는 자사 AI 모델 Tongyi Qianwen을 통해 LLM(대규모 언어모델) 경쟁에도 본격 참여하고 있으며, 알리윈과의 시너지를 통해 B2B 클라우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AI는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다라는 철학 아래, 기술을 생활 속으로 녹여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텐센트, 게임에서 헬스케어까지, AI의 만능화 전략
텐센트는 위챗과 같은 메신저와 게임 사업(왕자영요, PUBG 등)으로 유명하지만, 사실상 중국에서 가장 다양한 분야에 AI를 접목시키는 기업 중 하나다. 이들의 AI 전략은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니라 플랫폼 위주의 AI 통합이라는 데에 핵심이 있다.
게임 분야에서는 AI로 NPC의 반응을 보다 인간처럼 만들거나,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게임 밸런스를 조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번역기, 뉴스 큐레이션, 이미지 인식 등을 결합해 위챗 사용자 경험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텐센트가 의료 AI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텐센트 메디컬은 AI 기반 영상 분석, 병리 이미지 진단, 의료 챗봇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중국 병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또한 LLM 분야에서는 텐센트의 혼위안이라는 자체 언어모델도 공개되어, 위챗과 텐센트 클라우드에 통합되고 있다.
텐센트는 기술의 독자적인 개발보다는 기존 플랫폼에 녹여서 자연스럽게 AI를 스며들게 하는 방식을 선호하며, 사용자 친화적 접근을 통해 AI의 저변 확대를 이끌고 있다.
AI 삼국지의 미래, 경쟁인가, 공존인가?
이들 세 기업의 AI 전략은 서로 다르지만, 중국이라는 하나의 시장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바이두는 기술 중심, 알리바바는 상업 중심, 텐센트는 플랫폼 중심이라는 점에서 서로 보완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중국 정부의 AI 굴기 전략은 이들 기업에 거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규제의 리스크도 함께 부여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보안, 알고리즘 투명성, 경쟁 제한 등은 향후 이들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또한 글로벌 시장을 놓고 보면, 이들 기업은 미국의 오픈AI, 구글, 메타와의 경쟁에서도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미국과의 기술 분쟁 속에서 자체 생태계를 키우는 동시에,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 AI 솔루션을 수출하는 것이 이들의 새로운 전장이 될 것이다.
결국 중국 AI 삼국지의 미래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AI를 통해 누가 더 영향력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며,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다음 행보는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