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연구실의 기술이 아니다. 위챗, 알리페이, 디디추싱과 같은 초국민급 플랫폼들이 AI를 통해 일상생활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적 흐름은 스마트시티와 결합된 새로운 사회 운영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형 ‘AI 인프라’는 단지 기술이 아닌 국가 거버넌스와 생활방식까지 재편하는 총체적 시스템이다. 이 글에서는 세계와 뚜렷이 구분되는 중국식 AI 일상화의 방식과 그 배경을 들여다본다.
슈퍼앱을 통한 AI의 침투
중국형 AI 생태계의 중심에는 슈퍼앱 개념이 있다. 대표적으로 위챗은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결제, 예약, 택시 호출, 공과금 납부, 공공기관 민원까지 통합한 디지털 생활의 관문 역할을 한다. 여기에 적용된 AI는 자연어 처리, 추천 알고리즘, 챗봇, 이미지 인식, 사용자 행태 분석 등 전방위적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특정 식당을 검색하면 위치, 평점, 예약 가능 시간, 결제 수단, 유사 추천까지 한 화면에서 제공된다. 이 과정은 모두 AI 기반으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
알리페이 역시 단순한 결제 앱이 아니라, 보험, 투자, 신용 등급, 건강 관리, 코로나 동선 추적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특히 알리페이는 AI 신용평가 시스템인 즈마신용을 통해 개인의 금융 신용을 측정하며, 각종 공공·민간 서비스를 차등 제공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금융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체계를 AI 기반으로 대체하는 실험에 가깝다.
서구권 플랫폼들이 각 기능을 별도의 앱으로 분리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하는 데 비해, 중국은 모든 기능을 통합하고 사용자 행동을 추적·분석해 생활형 AI 최적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가 크다.
중국의 AI 기반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
디디추싱은 중국판 우버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AI 기반 스마트 모빌리티 실험장에 가깝다. 디디는 단순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넘어, AI를 활용한 수요 예측, 최적 경로 자동 추천, 요금 실시간 변동, 차량 배치 자동화 등을 통해 도시 교통 시스템을 조율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에서는 디디의 알고리즘이 특정 시간대의 택시 수요를 분석해, 운전자에게 이동을 권장하거나 가격을 조정하는 등 AI 중심의 교통 흐름 조절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디디는 또한 자율주행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 중이며, 일부 도시에서는 AI 기반 무인택시 시범 서비스도 시작되었다. 차량 내에 장착된 시각 인식 센서와 실시간 데이터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AI가 도심 내 보행자와 차량 흐름을 예측하고 판단하는 구조다. 이는 기존 모빌리티 플랫폼이 사용자 중심이었다면, 중국형 모빌리티는 도시 차원의 AI 교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서구권이 개별 기업 중심으로 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스마트시티 전략과 기업의 AI 기술이 결합되어 도시 자체를 실험실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즉, 디디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AI 기반 교통 거버넌스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형 AI 일상 인프라의 종착지는 스마트시티
중국형 AI 일상 인프라의 종착지는 스마트시티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항저우 등 주요 도시는 AI,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인프라가 통합된 디지털 도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쓰레기 배출량을 AI가 모니터링해 청소 주기를 자동 조정하고, CCTV 영상과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실종자나 범죄 용의자를 탐색하는 방식이다. AI는 도시의 시각·청각·판단 능력을 대체하는 디지털 공공기관으로 작동한다.
스마트시티는 위챗·알리페이·디디추싱 등의 민간 플랫폼과 데이터 연동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공공서비스 최적화가 이뤄진다. 주민이 병원 예약을 하면 AI가 교통 흐름을 분석해 가장 빠른 이동수단을 제안하고, 전자문서 처리는 자동으로 앱에 연동되어 출입증 발급이나 검진 기록 조회까지도 한 번에 가능해진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용자의 위치, 건강정보, 금융정보, 교통이력 등 민감 데이터가 한 플랫폼으로 통합된다.
이러한 구조는 사용자 입장에서 극도의 편의성과 연결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감시와 통제의 사회화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신장 위구르 지역이나 시위 지역에서의 안면인식 기술 남용 사례는 AI 기술이 국가 통치 도구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중국 정부는 이를 디지털 질서 혹은 사회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정의하며, 기술의 효율성과 사회 통제 간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형 AI 일상 인프라는 기술적 성공 모델인 동시에, 디지털 사회의 윤리적 경계에 대한 글로벌 논쟁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위챗·알리페이·디디추싱이 주도하는 중국형 AI 생태계는 단지 디지털 플랫폼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 도시, 사회 전반을 통합하는 거대한 디지털 기반구조이자, AI를 통한 새로운 사회 운영 방식의 실험장이다. 이 모델은 사용자 편의성과 기술 효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프라이버시와 자유에 대한 가치관의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AI 기술을 통해 생활을 통치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경쟁력의 문제가 아닌, 21세기형 국가 모델의 실험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