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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의 금 매입과 비달러화 전략

by four클로 2025. 5. 11.

금값이 다시 치솟고 있다. 단순한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나 투자 수요 때문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미국 중심의 금융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BRICS 국가들의 금 매입이라는 지정학적 수요가 자리잡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통화질서를 구상하며 금을 전략적 자산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지금 금값 상승은 위기가 아니라 전환기 세계 질서의 반영이다.

브릭스의 금 매입과 비달러화 전략
브릭스의 금 매입과 비달러화 전략

BRICS의 금 매입 러시

2022년 이후 BRICS 국가들은 금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중앙은행을 통해 금을 축적하며 외환보유고의 구성 비중에서 달러를 줄이고 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 보유를 강화했고,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금을 신뢰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자산다변화가 아니다. BRICS는 2023년부터 자체 무역결제 시스템 구축을 공식 논의했고, 그 결제 기반 중 하나로 금을 선택하고 있다. 즉, 비달러 기반의 무역결제 시스템, 예컨대 위안화-루블 결제나 브라질-남아공 간 무역에서 금을 기준자산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금=비달러 질서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굳히며 금에 대한 지정학적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금은 더 이상 단순한 안전자산이 아니다. BRICS라는 정치경제 블록이 미 달러 중심 질서에 대항하기 위한 통화 무기로 금을 전략화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금 수요의 구조적 변화를 이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단기적 리스크 회피보다는 중장기 지정학적 전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달러 패권의 균열

달러는 오랫동안 세계 기축통화로서 절대적인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과도한 부채, 금리 변동성, 금융제재의 무기화 등으로 인해 일부 국가들은 달러를 위험요인으로 보기 시작했다. 특히 러시아는 2022년 이후 SWIFT에서 퇴출되며, 달러 보유의 불안정성을 직접 체험한 대표적 국가다.

 

이런 배경 속에서 금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정치 중립 자산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달러는 특정 국가의 통제 아래 있지만, 금은 어떤 정부나 중앙은행의 통제도 받지 않는 실물자산이다. BRICS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해, 금을 외환보유고의 중심에 두는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일부 국가에서는 금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통화 실험도 검토되고 있다. 예컨대 러시아와 중국은 금 기반 CBDC의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으며, 이는 기존 달러 중심의 금융 인프라에 심대한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금은 이처럼 디지털 시대의 실물 기반 자산으로 진화 중이다.

금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통화 실험도 검토
금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통화 실험도 검토

국가전략 차원의 수요가 뒷받침되는 자산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과거처럼 전쟁 공포나 금리 인하 기대만으로 금값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금은 지정학적 수요, 즉 국가전략 차원의 수요가 뒷받침되는 자산으로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이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금 가격의 추세는 더 이상 단기 금리나 달러지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 트렌드, BRICS의 통화정책 방향, 글로벌 무역결제 시스템의 변화 등을 감안해야 한다. 즉, 금값은 지정학+거시경제 복합지표로 진화한 것이다.

 

둘째, ETF나 실물금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금 기반 디지털 자산 혹은 금 채굴 기업에 대한 투자도 지정학적 흐름 속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 특히 BRICS 국가에 소재한 금광 기업, 또는 이들 국가와 연결된 금 유통 플랫폼은 중장기 포트폴리오에서 유의미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은 앞으로도 단순한 비상용 피난처가 아니라, 금융 질서의 재편 속에서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지정학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단기 차익보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올라타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BRICS의 금 매입은 단순한 수요 증가가 아닌, 세계 금융질서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한다. 이는 금이라는 자산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 흐름도 이에 따라 변하고 있다. 달러의 독점적 기축통화 지위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지금, 금은 다시 한 번 국제 경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제 금은 ‘위기의 피난처’가 아니라, 전략의 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