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중국은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강화하며 쌍순환 전략을 핵심 국정 기조로 삼았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국영기업 중심 소비 진작, 데이터 통제 강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내수 확대가 추진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기업의 위축과 소비 심리의 둔화라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과연 정부가 내수를 이끈다는 전략이 실제로 시장의 역동성을 높였는가?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 정부 주도의 내수 정책이 민간경제를 짓누르는 역설이 중국 경제의 딜레마로 떠오르고 있다.
쌍순환 전략의 불균형, 소비 중심보다는 국가 안보 중심
2020년 이후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쌍순환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해외 수출과 글로벌 투자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내수 시장을 주된 성장 엔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 정책 운용을 살펴보면 소비 중심보다는 국가 안보 중심의 생산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해 국유기업 중심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반도체·배터리·항공·로봇 등 전략산업에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흐름은 민간기업의 자금 접근성과 시장 점유율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특히 제조업·물류·플랫폼 산업 등 민간이 주도하던 영역에 국영 자본이 대거 진입하면서 정부가 민간을 몰아낸다는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또한 소비 진작 정책도 공급자 중심의 인센티브가 많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구매 보조금, 가전제품 교체 지원 등이 있었지만, 이는 소비자의 구매 여력을 키우기보다 생산업체의 매출을 일시적으로 부양하는 데 그친 정책이었다. 결국 쌍순환 전략은 생산과 기술 자립을 강화했을지는 몰라도, 민간소비와 서비스 중심 내수경제의 역동성은 오히려 후퇴하게 만든 셈이다.
민간 부문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정치적 통제 강화
정부 주도형 내수정책의 이면에는 정치적 통제 강화가 민간 부문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는 민간기업 전반에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심리적 장벽을 만들어냈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사건을 시작으로, 디디추싱의 상장 금지, 텐센트의 게임 규제 등은 단순한 산업 조정이 아니라, 국가가 시장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민간기업들은 투자 확대나 신사업 진출에 대한 의욕을 잃었고, 자산 보존에 초점을 맞추는 보수적 경영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보안, 안보심사, 국유자산의 민간 흡수 제한 등의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창업 생태계 자체가 위축되었다. 과거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던 선전과 항저우에서도 신규 벤처 설립이 급감했고, 외자 유입도 정체 상태다. 특히 청년층의 창업이 줄어들고 공무원시험이나 국영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은 국가 주도경제가 창의성과 자율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정부는 내수 강화를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책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민간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칫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정책의 예측 불가능성과 정치 리스크가 소비자 심리에 구조적인 불안
내수 확대의 핵심은 결국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가계 소비는 최근 몇 년간 소득 증가세보다 훨씬 더디게 회복되고 있다. 2022년 이후 청년 실업률은 20%를 넘나들었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중산층의 자산 기반이 흔들리면서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정부는 각종 소비 진작 정책을 발표했지만, 그 효과는 단기적이거나 제한적이었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내일 무슨 규제가 나올지 모르고,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소비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경제정책의 예측 불가능성과 정치 리스크가 소비자 심리에 구조적인 불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유통, 교육, 헬스케어, 플랫폼 등 서비스 산업까지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서비스업 종사자의 고용과 임금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이는 소비의 주요 동력을 제공하는 중산층과 청년층의 심리를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2024년 1분기 기준 중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내수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기 보조금이나 국유기업 중심의 투자 확대가 아니라, 민간이 안심하고 소비·창업·투자할 수 있는 신뢰 환경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 주도 경제는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후퇴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내수 회복이라는 본래 목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중국의 내수 중심 전략은 명분상으로는 민간 소비와 시장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 운용에서는 국가 주도의 자본 투입과 통제 강화로 귀결되었다. 그 결과, 민간기업은 위축되고 소비자는 불안을 느끼며, 내수 경제의 자생적 회복력은 약화되고 있다. 정부가 키를 잡고 경제를 견인하는 방식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자율성과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내수 중심 성장 전략은 역설적 실패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