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동양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며 아시아 금융의 심장으로 군림했던 홍콩 증시가 최근 중대한 변곡점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본토 기업들이 세계 투자자와 연결되는 관문이었고, 해외 자본이 중국 경제에 접근하기 위한 대표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홍콩의 이러한 중개자 역할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중국 본토 자본시장의 자립 시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뤄본다.
홍콩 증시의 기능 축소
홍콩의 중개자 역할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규제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크게 훼손했다. 2019년 반정부 시위와 그에 따른 국가보안법 시행은 서방 국가와의 외교적 마찰을 심화시켰고, 이는 홍콩 증시의 독립성과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미국은 일부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 감리 강화 및 상장 폐지 조치를 경고했고, 이는 곧 글로벌 투자자의 이탈로 이어졌다.
둘째, 중국 정부의 전략적 방향 전환 역시 홍콩의 기능 축소에 일조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본 유출입과 통화를 통제하면서도 글로벌 시장과 연결될 수 있는 완충지대로 홍콩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본토 자본시장 자체를 국제화하려는 기조가 뚜렷하다. 상하이-런던 스톡 커넥트(沪伦通), 북향채권통(债券通)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홍콩 없이도 글로벌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홍콩은 지금 중국의 금융 게이트웨이에서 중국 자본의 일부 부속으로 서서히 재편되고 있다. 이는 단지 상징적 변화가 아니라, 홍콩 증시의 거래량 감소, IPO 축소, 외국계 금융사 철수 등 실질적 수치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중국 본토 자본시장의 자립 시도
홍콩의 위상 약화와 맞물려 눈에 띄는 현상은 바로 중국 본토 자본시장의 자립 시도이다. 과거에는 제도적 불투명성과 외환 통제 등의 이유로 외국 자본이 본토 시장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지만, 최근 중국은 이러한 장벽을 점차 낮추며 직접적인 자금 유입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후강퉁과 선강퉁이다. 이 시스템은 외국인이 상하이나 선전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자본시장 연결 장치로, 2014년 이후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MSCI, FTSE, S&P 등 주요 글로벌 지수에 A주(중국 본토 주식)가 편입되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A주를 기초자산으로 포함시키는 비중이 급증했다.
또한 상하이 증권거래소 내 과창반(科创板)은 중국판 나스닥을 지향하며,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상장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IPO 요건 완화, 등록제 도입, 이익요건 미적용 등의 제도를 통해 본토 시장의 유연성과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선전 증시의 ‘창업반(创业板)’도 마찬가지로 혁신기업 중심의 성장 중심 플랫폼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과거에는 상하이나 선전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이 홍콩이나 뉴욕으로 이중상장을 추진했다면, 최근에는 역으로 홍콩 상장 기업들이 본토 상장을 검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시장 축의 이동이 단순히 상징적이 아닌 실질적 추세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 실제로 홍콩을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본토 자본시장의 자립 시도는 실제로 홍콩을 대체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구조적 과제가 많다. 투명성과 제도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본토 증시는 아직도 글로벌 투자자에게는 신뢰를 얻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기업회계 기준, 감독 체계의 예측 가능성, 정부의 정책 개입 여지 등은 여전히 해외 자본의 경계 요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빅테크 규제, 사교육 산업 통제,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유동성 압박은 ‘정책 리스크’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외환 규제 완화가 미진한 상태에서 자본 유입이 일정 수준 이상 확대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는 A주에 접근할 수 있어도, 자금의 자유로운 회수와 재투자 측면에서는 여전히 제약이 존재한다. 이는 본토 시장의 완전한 국제화를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 중 하나다.
반면, 이러한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는 요소도 존재한다. 바로 중국 정부의 자본시장 발전 의지와 산업정책 연계다. 정부는 최근 국가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기술·녹색·디지털 분야의 기업들이 본토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결국 외국 자본도 장기적 스토리에 주목하며 본토 시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홍콩은 여전히 법적 독립성과 금융 인프라 측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점차 그 중심축은 게이트웨이에서 브리지로, 다시 옵션 중 하나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본토 자본시장의 자립 시도는 단기적 변화가 아닌 장기 전략의 일환이며, 이는 아시아 자본시장 판도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홍콩이 과거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중국 내수 시스템에 편입된 또 하나의 도시로 전락할지는, 결국 글로벌 자본이 어디에 신뢰를 둘 것인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