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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강국 중국,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by four클로 2025. 5. 2.

전기차 산업의 중심은 더 이상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더 이상 내수시장만의 성공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경쟁력을 재편하는 주체로 부상했다. 중국 기업들의 급격한 성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 배터리와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내재화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직·간접적인 충격과 기회를 동시에 주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중국 전기차 산업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전기차 강국 중국,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전기차 강국 중국,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전기차 가격 전쟁, 중국산 저가 공세가 불러온 수익성 압박

중국 전기차 산업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BYD, 지리자동차, 샤오펑, 니오 등 주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국가 보조금, 규모의 경제, 내재화된 배터리 생산 체계를 바탕으로 동급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BYD는 자사 배터리를 활용해 생산 원가를 극단적으로 낮추는 전략으로,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일본, 유럽 브랜드를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말 BYD는 Seagull이라는 경형 전기차를 약 1만 달러에 출시하면서 글로벌 미니 EV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이처럼 단가 중심의 글로벌 시장 재편에 직면하면서, 고급화 전략과 전동화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이중 전략의 어려움에 놓이게 되었다.

 

한국의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 시리즈, EV6 등의 프리미엄 전기차로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저가 시장에서의 대응력은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볼륨 확보보다는 수익률 방어 중심의 전략 전환이 불가피해졌고,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 중심화 속 한국의 배터리 3사의 위상 변화

중국 전기차 산업의 확장은 배터리 공급망의 지정학적 중심축을 중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CATL과 BYD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핵심 원자재 확보에서도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에 이르는 광물 외교를 통해 글로벌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위상은 양면적이다. 한편으론 여전히 고성능 배터리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의 배터리 보조금 정책을 활용해 글로벌 합작공장 투자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내수시장 접근이 어렵고, 글로벌 고객사의 일부는 점차 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하는 추세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가격과 현지화, 속도 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LFP 배터리 기술은 에너지밀도가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아 보급형 EV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LFP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 확대를 고려하고 있으며, 하이니켈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과 LFP 보급형 시장을 분리 대응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은 배터리 내재화와 협업 모델 다변화, 해외 합작법인을 통한 위험 분산 전략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의 전환

중국 전기차 산업의 확산은 단지 완성차에 그치지 않고, 전체 자동차 부품 생태계의 전환을 의미한다. 내연기관 시대의 부품 기업들은 엔진, 변속기, 배기시스템 중심이었으나, 전기차 시대로 오면서 모터, 전력반도체, 배터리팩, 전장부품으로 중심축이 이동했다. 이 전환 과정에서, 기존 한국 부품업체들의 위기와 신생 기업의 기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용 전장 부품에서도 고속 성장하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글로벌 OEM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기술력과 가격 모두에서 우위에 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산 인버터, 전력모듈, MCU는 이제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국 부품업체들은 이 변화에 맞춰 e-모빌리티 특화 전략, 글로벌 공동개발, 전장화 대응 투자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와 정부 지원 측면에서 중국과 격차가 존재한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한국산 부품 의존도를 줄이고 현지화율을 높이는 경향이 뚜렷해, 기존 수출 루트가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글로벌 전기차 OEM이 중국의 공급망 리스크를 우려하면서 한국·일본·대만 등의 대체 공급처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전환기 속의 기회 요인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품질 중심의 하이엔드 부품, 반도체와 전장 융합 솔루션 등으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전기차 부상은 전례 없는 산업적 충격이다. 단가 경쟁력, 기술 내재화, 정책 지원이라는 3박자가 맞물리며 한국 자동차 산업에 구조적 재편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글로벌 브랜드 파워, 고급 기술력, 배터리 기술, 전장 생태계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는 중국과의 정면 경쟁보다는, 차별화 전략, 파트너십 강화, 기술 고도화를 통해 생존을 넘어 주도권 전환의 기회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기차 시대는 단순한 모빌리티 혁신이 아니라, 산업 지형과 국가 전략이 재편되는 거대한 흐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