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 산업은 단순한 연구개발 수준을 넘어 산업과 사회 전반에 실제로 깊이 침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발표한 이후 국가 차원의 집중 투자와 정책 드라이브를 통해 AI를 미래 산업의 핵심 엔진으로 삼았다. 그 결과, 딥러닝을 중심으로 한 기술 상용화, 산업 융합, 자율주행 상용 서비스 확대 등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중국 AI 응용 분야의 핵심 흐름을 정리해본다.
딥러닝 생태계의 국산화 기술 진보와 모델 경쟁 격화
중국 AI의 기반이 되는 딥러닝 기술은 초기엔 미국 중심의 프레임워크와 반도체에 의존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미·중 기술 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은 AI 핵심 인프라의 국산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GPU나 서버를 국산화하는 차원을 넘어, 자체 프레임워크, AI 모델,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Baidu의 PaddlePaddle, Alibaba의 M6 초거대 모델, Tencent의 Hunyuan 모델 등은 미국의 GPT, Claude, Gemini 등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산 LLM 경쟁의 중심에 있다. 또한 Huawei는 Ascend 시리즈 칩셋과 AI 컴퓨팅 클러스터를 통해 딥러닝 학습 효율을 국산화하며 AI 산업의 자립화를 선도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약 100개 이상의 대형 AI 모델이 중국 내에서 경쟁 중이며, 정부는 이 가운데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모델에만 공식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AI의 야경국가화—즉, 통제 가능한 기술 확산—을 시도하는 중국식 관리 전략의 일환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AI 모델 생태계를 독립적으로 키우면서도, 상업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이중구조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향후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중국이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AI와 의료, 제조, 교육에서의 현실 적용
중국 AI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기술을 빠르게 산업 현장에 적용한다는 점이다. AI 연구와 현실의 간극을 좁히는 데 있어, 중국은 정책과 민간 투자가 맞물리는 시스템적 강점을 갖고 있다.
의료 부문에서는 Alibaba Health와 PingAn Good Doctor 같은 기업들이 AI 진단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초진 자동화, CT/MRI 영상 판독 자동화, 원격 진료 자동화 등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2024년 중국 보건당국은 AI 의료기기 인증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면서, AI 기반 X-ray 판독 솔루션이 다수 지역 병원에 도입되었다.
제조 산업에서는 Huawei, iFlytek, Hikvision 등이 스마트 팩토리 자동화 솔루션을 본격화하고 있다. AI 비전 센서와 로봇이 결합되어 불량품 자동 식별, 설비 예지보수, 자율물류로봇 관리 등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특히 장비 국산화와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교육 부문에서는 AI 튜터링 시스템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Squirrel AI, TAL Education, ByteDance 산하의 AI 학습 플랫폼들이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이해도를 분석하여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화 교육이라는 중국식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별 AI 융합은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정부의 공공 데이터 개방, 파일럿 프로그램 허용, 산업별 AI 가이드라인 제정이라는 제도적 기반과 결합되었기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자율주행 상용화의 속도전
중국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미국과 나란히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특히 기술 자체뿐 아니라 현실 도입 속도와 도시 인프라 통합력 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2025년 현재, 바이두의 Apollo Go, Pony.ai, AutoX, WeRide 등이 베이징, 광저우, 선전, 충칭 등 주요 도시에서 완전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 서비스로 운영 중이다. 특히 바이두는 2024년 말 기준, 누적 500만 회 이상의 자율주행 주행을 달성했으며, 일부 도시는 운전석이 완전히 비어 있는 자율차 운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용화는 단순히 기술력 때문만이 아니라, 중국 지방정부들이 도시 경쟁의 수단으로 자율주행을 전폭 지원하기 때문이다. 교통 인프라 개선, 5G-V2X 네트워크 구축, 법적 규제의 선제적 해제 등은 중국식 ‘빨리 가는 자율주행 전략’의 핵심이다.
더불어 2025년 현재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은 중동, 동남아, 남미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스마트시티 등에 중국 로보택시 플랫폼이 시범적으로 진출하며 중국식 자율주행 모델 수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의 AI 응용은 서구의 개방형 생태계와는 다른 경로를 걷고 있다. 기술의 독립성, 산업 융합의 속도, 상용화에 대한 정책 밀착형 접근이 중국 AI 산업의 특징이다. 이는 AI 발전의 보편 모델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딥러닝 인프라를 자립시키고, 산업 현장에 적용하며, 자율주행과 같은 최전선 분야에서 상용화를 앞당기는 중국의 전략은 앞으로 글로벌 AI 산업 지형에 독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중국 AI 응용의 현재와 미래는 투자자와 기술 전략가 모두가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