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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 기술, 세계 시장을 뒤흔들다

by four클로 2025. 4. 24.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배터리 기술은 세계 산업의 중추로 부상했다. 그 중심에서 단연 눈에 띄는 존재는 바로 중국이다. 한때 기술 후발주자로 여겨졌던 중국은 이제 배터리 기술 개발과 생산,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과연 중국의 배터리 굴기(堀起)는 어떤 방식으로 세계 시장을 흔들고 있으며, 그 함의는 무엇일까?

중국 배터리 기술

 

CATL과 BYD, 세계를 장악한 중국 배터리 듀오


중국 배터리 시장의 위력을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바로 CATL과 BYD다. 이 두 기업은 2024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일본의 파나소닉이나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을 압도하고 있다.

 

CATL은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상업화에 성공하며 가격 대비 성능 경쟁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에너지 밀도를 높인 Qilin 배터리를 선보이며 한층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LFP는 코발트나 니켈 등 희귀 금속을 덜 사용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과 공급망 리스크 완화라는 이점을 제공한다.

 

BYD 역시 단순한 배터리 제조를 넘어, 자체 전기차 브랜드를 통해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특히 블레이드 배터리는 안정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호평을 받으며 유럽·중동·남미 시장에서 전기차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핵심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과 원재료 확보, 기술 투자, 인력 양성까지 전 영역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적 결합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경쟁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급망 장악, 배터리 벨트로 세계를 묶다

중국의 또 다른 무기는 공급망 지배력이다. 단순히 배터리를 제조하는 것을 넘어서,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광물의 채굴부터 정제, 가공, 셀 제조, 팩 조립까지 전 과정을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리튬 정제의 약 60%, 코발트 정제의 80%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수의 광산 지분을 아프리카, 남미, 호주 등지에서 확보해왔다.

 

중국은 아예 일종의 글로벌 배터리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아시아(중국 본토, 인도네시아), 유럽(헝가리, 폴란드), 남미(칠레, 볼리비아), 아프리카(콩고민주공화국)까지 투자망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들이 독립적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공급망 통제는 단순히 제조 경쟁력뿐 아니라 지정학적 영향력까지 확대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특히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결국 중국이 선점한 글로벌 배터리 체인이 너무 견고하기 때문이다.

 

기술 중심의 패권 경쟁, 중국의 전략은 진화 중


중국의 배터리 전략은 단순한 가격경쟁력에서 이제 기술 중심의 패권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CATL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고체 배터리, 나트륨이온 배터리, CTC 기술 등 차세대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유럽의 규제 장벽을 우회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BYD는 중국 이외 지역에도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헝가리, 브라질, 태국 등에 건설 중인 공장은 단지 생산 기지 역할뿐 아니라 현지 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정치·외교적 신뢰 기반을 쌓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중국 정부 역시 기술 표준화, 배터리 재활용 생태계 구축, ESS 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와 같은 글로벌 어젠다에 맞닿아 있다. 중국 배터리 기술이 세계 시장을 ‘흔드는 것’을 넘어서, 재편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배터리 기술력과 공급망 전략은 이제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선 산업 패권의 문제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전기차 = 배터리 = 중국이라는 등식을 체감하는 중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전환 앞에서 자국 산업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순간을 맞고 있다. 관건은 단순히 경쟁이 아닌, 기술적 차별화와 전략적 협력의 접점을 얼마나 잘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